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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리고 그리움

음식, 그리고 그리움

어머니께서 살림에 관심이 많으셔서 이 책을 사 달라고 하셨습니다. 평소에도 이효재씨의 살림 팁이나 보자기 책을 읽으며 즐거워하시는 걸 알아서, 저자명을 봤을 때 이효재씨는 이해를 했는데 김수미씨가 공저자여서 무척 놀랐습니다. 제게 김수미씨는 요리 잘하는 것보다는 전원일기 일용엄니로 더 인상깊었거든요. 억척스러운 아주머니 역할의 중견 여배우라는 인상이지요. 어머니께 선물해 드린 책을 다 읽으셨길래 저도 호기심 풀이 겸 슬렁슬렁 읽어봤는데 김수미씨에 대한 인상이 180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살림 비법이 아니라 요리에 대한 철학을 개진하는 책이예요. 맛있어보이는 사진과 그 음식에 대한 간단한 에피소드 및 레시피가 담긴 구성입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간혹 먹는 데 목숨을 건다고 놀림을 받는데, 먹는 일에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인생 동안 지나온 날들보다 더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 (김수미님 파트 중 발췌) 였습니다. 저는 굳이 말하면 먹는데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 이 구절이 크게 인상깊었던 건 아니지만, 저희 어머니는 한 끼를 차려도 테이블 세팅을 완벽하게 하길 원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무척 인상깊으셨나봅니다. 사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연예인으로서의 김수미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김수미씨의 열혈 팬이 되어 그 분이 나오는 모든 방송을 섭렵하고 계세요.

두 사람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집필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요리 잘 하고 손수 만든 음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배우 김수미와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가 각자 간직한 맛 이야기와 만드는 법을 담은 내용이다. 음식, 그리고 그리움 .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요리’를 소개하고자 하는 책이 아니며 각자의 추억과 그에 담긴 맛의 그리움을 각자 써내려간 글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형식이다.

함께 요리책을 만든 이유는 20여 년 넘은 인연이 맛으로 이어진 결과일 테다. ‘수미는 효재처럼 먹고 효재는 수미처럼 먹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라는 문구처럼, 친한 사람끼리는 결국 입맛도 닮기 마련이다. 산과 들과 바다에서 벼린 입맛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김수미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요리 한품에 담아 창작 식생활을 즐기는 이효재는 처음 만난 시절만 해도 음식을 즐기는 성향이 너무나 달랐다.

그런데 이 ‘음식’이 둘 사이를 갈라놓는 대신 수미를 효재에게, 효재를 수미에게 길들였다. 이번 책은 두 사람이 함께 먹은 밥에 대한 기록이자 백팔십도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여인이 서로를 이해하게 된 과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모든 공을 무심히 흘러준 세월에 돌린다.’ 이는 이효재의 마음을 담은 한 마디이자 김수미 역시 충분히 공감하는 삶의 진리일 것이다.

【 수미 이야기 】

전라도 가시나의 십팔번
나의 살던 고향은 라도유
주부들이여, 게장을 담그자! _ 간장게장
한국에서 아귀찜을 제일 잘하는 여자 _ 아귀찜과 매운북어찜
시어머니에게 배운 육고기의 맛 _ 갈비탕
지금은 고급 생선이 되어버렸지만 _ 고구마순병어조림
영혼을 울리는 불고기가 필요하다 _ 광양불고기
눈물, 콧물 다 빼는 홍어 _ 홍어삼합과 홍어회무침
더위 먹은 송아지도 벌떡 일으키는 게 낙지예요 _ 매운낙지볶음과 연포탕
얘들아, 민어 왔다! _ 민어맑은탕
간장게장도 이기는 밥도둑 _ 보리굴비장아찌
학벌이고 자시고 _ 해물파전
엄마였거나 엄마이거나 _ 버섯떡잡채

엄니가 차려준 밥 한번 먹고 싶네
꽃 화 자에 순할 순 자를 쓰셨던 김화순 씨, 울 엄니
엄니, 새뱅이 기억나유? _ 새뱅이무찜
가마솥에서 밥이 끓던 그 어둔 밤으로 _ 김치콩나물밥
새우젓 먹지 마라, 배 꺼진다 _ 애호박새우젓무침
감자라는 고마운 존재 _ 하지감자갈치조림
그리워라, 그 질기고 쿰쿰한 맛 _ 무청김치지짐
비 오는 날의 장떡 교향곡 _ 부추장떡
장미꽃과 새우젓 _ 새우젓두부찌개

수미네 김치와 장아찌
상갓집에 김치 싸들고 가는 여자
품격의 화이트 _ 백김치
전라도 김치처럼 혀에 감기고 서울 김치처럼 삼삼한 _ 배추김치
내가 보쌈김치를 담그는 이유 _ 보쌈김치
천 번 만 번 자랑하고 싶은 김치 _ 천수무김치
총각김치 없이 무슨 재미로 _ 총각김치
갓김치 · 고들빼기김치· 고구마순김치 · 가지김치 · 오이소박이 · 깍두기
마늘무장아찌 · 두릅장아찌 · 오이지·깻잎된장장아찌

내 밥 먹는 모습이 예뻐서
세 개의 요리 프로그램 MC를 거친 여배우
수삼상추샐러드 · 잡채
연근전 · 대구전
소갈비찜 · 닭강정
보리굴비찜 · 전복찜
단호박영양밥 · 시금치된장국
전복장 · 오미자화채

【 효재 이야기 】

효재 스타일
자연과 더불어, 천천히
밥처럼 퍼 먹는 생선찜 _ 물가자미찜
혼자 보기 아까운 떡 _ 감귤설기와 상추종떡
샤넬이 뭐 별건가 _ 감말랭이고추장무침
무화과 꽃이 피었습니다 _ 말린무화과안주
내림음식의 지혜로움 _ 마늘종절임
프랑스 요리사도 울고 갈 와인 활용법 _ 마늘종와인갈비찜
한여름, 마당의 노래 _ 머위쌈밥
촌사람의 건강식 _ 말린묵잡채
우리 엄마식 여름 밥상 _ 날콩가루채소찜과 보리밥쌈장
라면도 귀하게 대하면 귀한 음식이 된다 _ 된장짜장라면과 대추곰
삼겹살이나 구워 먹을까 _ 마늘삼겹살스테이크
요리의 여왕도 감동한 연잎밥 레시피 _ 연잎밥

나이 들수록 반듯해지고 싶다
아버지, 그 물빛 무늬
청주에 곁들이던 맑은 안주 _ 미나리전과 석이전
달고 향기롭게 _ 감말랭이찹쌀죽
여름만두, 겨울만두 _ 여름채소만두와 동태만두
여름이 남긴 맛 _ 김치말이미나리국수와 호박비빔국수
아버지의 명란젓 _ 명란젓찜, 명란밤톨, 명란황탯국
모시치마처럼 단정한 여름 찌개 _ 새비맑은찌개
강된장에도 멋을 부리던 우리 엄마 _ 구운두부강된장과 얇은두부조림

사소한 것들이 벌이는 릴레이 만찬
모든 것은 만찬의 재료가 될 자격이 있다
대파를 위한 발명 _ 파달걀전과 파굴전
고등어를 뻔하지 않게 먹는 법 _ 고등어탕과 고등어마늘종조림
팔방미인 김칫국물 _ 묵은지주먹밥 , 묵은지볶음, 김치밥전전골
그래, 이런 게 여름 나는 맛이지 _ 날옥수수즉석볶음과 옥수수속대차
모든 곡물가루는 수제비가 된다 _ 보리싹명란수제비, 메밀수제비, 굴수제비
텃밭 채소로 벌이는 축제 _ 가지두반장소스볶음 , 오이냉국 , 참외고추장무침
이름 예쁜 보리멸치, 맛도 보리 닮아 담담하다 _ 보리멸치무침
내겐 너무 고마운 코다리 _ 코다리강정과 코다릿국